동승자를 운전자로 바꿔치기 했다면 뺑소니
대법, 사고차량 운전자 바꿔치기 50대 뺑소니 유죄
교통사고를 낸 뒤 동승했던 사람을 차량 운전자로 ‘바꿔치기’를 했다면 사고현장에 남아 있었더라도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김OO(54)씨는 2005년 11월 17일 오후 5시경 친구인 한OO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한 상태로 한씨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A(여)씨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때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택시면허가 취소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친구인 한씨와 짜고 한씨가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9%로 측정됐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의 남편이 경찰에게 운전자가 바뀌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김씨가 운전자였던 사실이 뒤늦게 탄로 났다.
이에 경찰은 한씨의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및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양을 계산한 후 그 절반을 김씨의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양으로 추정하고, 그 알코올 양에 김씨의 몸무게와 위드마크 상수를 적용 계산해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833%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2심은 뺑소니와 음주운전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씨가 상고한 사건.
대법원 제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고, 다만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특가법상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이탈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들의 상해와 관련해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동승했던 한씨가 운전하고 자신은 동승자에 불과한 것처럼 행세함으로써,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인정해 도주차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와 관련해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83%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는 알코올의 체내흡수율·비만도ㆍ나이ㆍ신장·체중을 비롯해 체질과 음주속도, 음주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평소 음주정도에 따라 개인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려면 김씨와 한씨의 체질 등 앞서 언급한 모든 요소들이 동일하다는 점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김씨가 마신 술의 양을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거나 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할 경우 김씨가 0.05%를 초과하는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음주운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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